[오름이야기]대왕오름
상태바
[오름이야기]대왕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6.22 2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157.6m 비고: 83m 둘레: 1,821m 면적: 258,195㎡ 형태:말굽형

 

대왕오름

별칭: 큰왕메. 왕뫼. 왕미. 대왕산(大王山). 와양악(臥洋岳)

위치: 성산읍 수산리 1,431번지

표고: 157.6m 비고: 83m 둘레: 1,821m 면적: 258,195㎡ 형태:말굽형 난이도:☆☆☆

 

 

 

왕(王)의 형국을 따라 깊은 숲이 우거지고 요란하지 않은 숲 탐방로가 있는 산 체...

 

풍수지리에 의한 내용과 과거 어느 지관(地官)이 오름에서 뻗어 나온 줄기가 왕(王)자 형으로 생겼다고 해서 명칭이 붙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달리 정리를 한다면 오름 사면으로 연결이 된 형세가 왕(王)자 모양의 형국이라는 설과 오름 자체의 형세가 왕(王)자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대왕산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왕메(메. 미)라 하였고 북동쪽에 있는 산 체와 견주어 큰왕메로 구분하였으며 한자로 대왕산(大王山)이라 표기하고 있다. 다른 맥락으로는 양(羊)이 누운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와양악(臥洋岳)이라고도 하는데 어쩐 일인지 한자로는 내용과 달리 양(洋)으로 사용을 하고 있다.

이곳에 붙은 명칭은 하나같이 비슷한 맥락이지만 요란스러울 정도로 많은데 아마도 왕(王)이 안기는 여러가지 입지를 고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대왕산 외에 대왕메, 큰왕뫼, 왕메, 왕메오름, 왕뫼악 등의 별칭이 있다. 해안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면서 마을과도 인접한 화산체이며 성산읍 수산리와 시흥리 경계에 걸쳐져 있다. 주변에 큰 산 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슭에서부터 등성까지 숲이 울창하여 동쪽은 전망이 좋은 편이나 다른 방향은 가려져 있다.

그러면서도 드문드문 열린 공간을 통하여 부분적으로 전망을 할 수가 있는데 우도와 일출봉을 비롯하여 해안선은 물론이고 용눈이와 다랑쉬로 이어지는 라인도 사정권에 들어온다.

왕(王)의 형국과 관련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예부터 명당으로 여겼는지 기슭과 주변에는 개인 묘지와 수산리 공설묘지가 들어서 있다. 마을과 인접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오름의 지세나 형세 등과 관련하여 좋은 터로 여겼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지만 망자들을 받아들이고 마을의 안녕을 지키는 착한 산 체가 아닐는지 모르겠다. 북서향의 굼부리를 지니고 있는데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등성을 따라 그 아래로 화구가 자리 잡고 있으며 억새와 잡목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으면서 깊은 숲을 이루고 있다.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으며 마을과 가까운 때문에 동네 주민들이 가벼운 운동을 겸하여 찾기도 하나 주변에 걸쭉한 오름들이 있어서 탐방객들이 많은 편은 아니다. 오름 하나하나를 두고서 특징이 있고 개성이 있다는데 부정을 하지는 않지만 대왕산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그 개성이나 성질을 묘사하기가 참 힘든 것 같다.

오름의 위치가 마을을 크게 벗어나지도 않았으면서도 뒷동산이란 느낌보다는 오히려 웃뜨리권의 산(山)으로 여겨진다. 그만큼 숲이 우거진 상황이 짙으며 굼부리와 외부 전망을 만나는데 있어서도 인색한 때문이다.

높지도 않고 경사도 심하지 않으면서 오르는 소요시간 또한 오래 걸리지 않는다. 오름으로서의 깊고 그윽한 맛을 논하기보다는 산책과 운동을 겸하는 장소로서 최적지인 데다 주변을 연계할 경우 선택의 폭이 넓다는 이점도 있다. 또한 가까운 지역에서는 마실 모드로 찾아도 괜찮은 곳이다.


-대왕산 탐방기-

수산길 마을 안을 통하여 진입이 가능하며 오름 가까이 접어들면서는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들어갔다. 네비의 정확한 안내가 있지만 소로인 만큼 양방향 통행에 대비하여야 하며 양보의 미덕도 함께 지녀야 한다. 입구에 도착을 하니 차량 몇 대 정도의 주차 공간이 있으며 바로 초입지가 보였다.

산 체의 규모나 산책로의 구성성 등을 알고 있었기에 간단한 워밍업만 하고 바로 올랐다. 키가 큰 삼나무 두 그루 사이를 지나니 쓰러진 나무가 걸쳐져 있고 넝쿨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마치 통관의 절차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가을의 중심이 지나고 있는 즈음이지만 초록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는데 겨우내의 모습을 상상하면 을씨년스럽게 느껴지기도 할 것 같았다.

그 흔한 타이어 매트조차 안 깔린 채 잡초와 떨어진 낙엽들이 바닥을 차지하고 있었다. 산책로라고 하기에는 다소 혼잡한 면도 없지 않지만 자연의 길을 따라 오르는 것이 오히려 느낌이 좋았다. 가는쇠고사리와 더부살이고사리 등 양치식물이 주변을 장악한 채 길 안내를 도와주고 그 틈에서는 슈크렁이 고개를 떨구며 인사를 건네왔다.

안으로 들어 갈수록, 위로 올라 갈수록 숲의 깊고 그윽한 느낌이 다가왔는데 숲을 이룬 수종은 소나무를 시작으로 동백나무와 굴거리나무, 후박나무 등이 대세이고 산책로 주변의 바닥은 떨어진 낙엽들이 차지를 하였다. 예상 보다 밟힌 자국들이 많이 나있었는데 오르미들의 방문보다는 인근 마을 주민들이 운동이나 산책 장소로 제법 이용을 하는 모양이다. 

 

능선의 허리 부분을 따라서 밧줄이 묶여있고 곳곳에 빨간 리본이 매달려 있었는데 이 밧줄의 용도는 길 안내를 보조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출입의 경계를 표시한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바스락~ 바스락.... 떨어진 솔잎과 다른 낙엽을 밟는 소리의 느낌이 좋고 자연이 숨 쉬고 숲이 살아있는 공간이라서 동. 생물체의 활발한 생존이 이뤄지는 것임을 알 수가 있었다. 정상 가까이 도착을 하면서는 경사가 이어지면서 목재 계단이 있고일부는 친환경매트가 깔아져 있었다. 

마침내 정상부에 도착을 하고 맨 먼저 눈길이 마주친 것은 경방 초소였다. 관리인이 안에 있고 출입장에 탐방객의 신상을 적는 일도 하고 있어서 인사를 하고 작성을 했다. 대왕산 정상에서 외부로의 전망은 대단한 편이 아닌 데다 화구 안쪽을 바라보는 것조차 어렵다. 말굽형의 굼부리가 있으나 숲이 빽빽하게 차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바라볼 수가 없다.

동쪽으로 대수산봉이 보이고 방향을 조금 돌리니까 우도를 포함하여 식산봉과 일출봉의 모습이 다가왔다. 거목들이 없는 정상 부분은 새촐(억새 띠)들이 장악을 하고 있었는데 무릎 위까지 자라난 사이를 헤집으며 능선 탐방을 시작했다. 경방 초소를 중심으로 하여 오름 능선의 좌 우측 한 바퀴를 돌아보게 되는데 어느 쪽을 먼저 선택하더라도 한 바퀴를 돌아보고 원점으로 다시 나오게 된다.

숲으로 가려지고 억새가 막았는데도 잔대를 만날 수 있었다. 그것도 섬잔대와 층층이잔대 두 가지를 찾아내면서 잠시 동안은 허리 굽히기를 하며 가까이에서 그 모습을 담았다. 몇 걸음 더 전진을 하니까 이번에는 자금우가 불신검문을 시작했다. 군락을 이룬 정도를 넘어 빼빽빽하게 차지하고 있는 때문에 도저히 외면을 할 수가 없었다.

군데군데 백량금의 모습도 보였으나 아직은 그들이 빨간색 열매를 내보이며 우쭐댈 시기는 아니다. 오름의 북서 방향으로 전망대가 있어 휴식을 겸하여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의 전망이 대단하지는 않지만 등성을 따라 이동을 하는 동안에 유일하게 밖을 공간이 열리는 때문에 정자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말미오름과 족은왕메(소왕산)가 보이면서 그나마 제구실을 해줬다. 대왕산에서의 화구 내부를 보는 것은 힘든 일이며 전투 모드를 통해서 애써 진입을 할 수는 있지만 특별히 그럴 필요는 없다. 또한 외부로의 전망을 기대하기보다는 동선을 따라 오름을 덮은 숲 사이를 지나면서 깊고 그윽한 맛을 느끼는데 만족을 해야 한다.

둘레를 다 돌고서 초소가 있는 원점에 도착을 했다. 어느 방향의 어느 지점이 왕(王)을 거론했던 요지인지는 몰라도 대왕산이 숨겨 놓으려 했던 모습들에서 산세와 자연 생태의 보고를 어느 정도 확인한 셈이다. 마무리를 확인하며 경방 초소를 바라보는 동안 앞을 가린 억새들이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으악새가 춤을 추고 노래하니 곧 겨울이 올 것이고 대왕메의 등성은 자금우와 백량금이 빨간 열매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