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넙거리 (교래)
상태바
[오름이야기]넙거리 (교래)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3.27 22: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810m 비고: 100m 둘레: 2,982m 면적: 488.263㎡ 형태: 말굽형

 

넙거리 (교래)

별칭: 광가악(廣街岳). 넙거리오름

위치: 조천읍 교래리 산 137-1번지

표고: 810m 비고: 100m 둘레: 2,982m 면적: 488.263㎡ 형태: 말굽형 난이도: ☆☆☆

 

 

 

서러움에 겨워 노출을 거부하나 자연미가 있는 곳...넙거리는 넙다(넓다)나 평평하다는 의미를 나타나내는 방언이다. 따라서 넙거리는 산 체의 정상부를 중심으로 넓고 평평한 입지의환경을 고려하여 붙여진 명칭이며, ‘거리’는 간격이나 구간이 아닌 어떤 대상을 보조하는 정도의 명사(접미사)이다.

한자로는 대역을 사용하여 광가악(廣街岳)으로 표기를 하지만 전체 상황과는 다소 다른 뜻을 나타내고 있다.명칭만큼이나 규모나 몸집이 대단한 편이지만 숲으로 가려져 있으며 도로변과 다소 떨어진 때문에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무엇보다 넙거리의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서서는 함께 오름군을 이루고 있는 궤펜이 삼형제(큰. 섯. 샛)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표고버섯 재배지를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어 출입 과정에서 다소 부담이 따르지만 자연림으로 깊은 숲을 이룬 데다 환경적인 여건이 좋기 때문에 자연 미와 탐방의 맛이 넘쳐나는 곳이다.

동쪽 봉우리가 주봉이며 서쪽으로 길게 이어지면서 정상부는 대체로 평평하게 이뤄져 있다. 기슭에서 등성으로 이어지는 사면 역시 완만한 편이나 빽빽하게 들어선 잡목들이 있어 허전함을 달래준다. 특이하게도 두 개의 말굽형 굼부리를 지니고 있는데 이 한 쪽은 5.16도로변 쪽으로 향하고 있으며 남동쪽은 표고버섯재배 관리장으로 이어진다.

규모와 높이 등이 말해주고 굼부리를 안은 확실한 화산체이지만 도로나 지역적인 여건상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궤펜이 오름들과 함께 만나보는 것이 좋다.명칭과 오름의 형세가 잘 들어맞는 것 같은 넙거리오름이다. 어떻게 보면 순하고 어진 상이면서도 철저하게 노출을 거부하면서 고고하게 처하기를 바라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저도 안 보여주는 것으로 족하지 못하여 자신의 등허리에서 남도 못 보게 만드는 심술을 지녔다고나 할까. 어차피 자신이 숨어 지낸다기보다는 숲이 울창하여 오름을 가리는 것이기에 자연스러움은 당연히 증명이 되는 셈이다. 8부 능선에 위치하였으면서 비고(高)가 100m인 만큼 자연 미가 살아 있는 곳이기에 계절을 잘 맞춘다면 탐방의 깊은 맛을 느낄 수가 있다.

 

동명이거나 비슷한 곳으로 남원의 넙거리오름과 동광리의 넙게오름 등을 들 수가 있는데, 이들은 한결같이 등성 주변이 펑퍼짐하고 정상부의 굴곡이 적은 환경을 두고 붙여졌다.명칭만으로도 서러움을 느끼는 넙거리이지만 그보다 더한 슬픔은 자신이 처한 주변 때문이다.

자신의 주위를 에워싼 궤펜이 삼형제들이 똘똘 뭉쳐 있으면서 명칭 역시 하나로 정해진데 대하여 절대 못마땅할 것이다. 저마저 포함을 시키고 사형제로 부른다면 오죽 좋으련만 선 님들은 유독 넙거리만은 따로 구분을 해버렸다.

이를테면 큰놈~샛놈~말잿놈~족은놈으로 이어지는 사형제 오름으로 정했어도 그럴싸하게 여겨지련만 3막 4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눈물겹도록 한이 맺힌 넙거리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외톨이가 된 탓에 오르미들의 방문에 한사코 외면을 할 수밖에 더 있겠는가. 작지 않은 몸체이지만 자신의 전부를 노출한 모습은 사방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으며 오직 등정만이 부분적인 만남이 된다.

어쩌면 자신이 처한 슬픔이나 서러움에 대해서 반항이라도 하듯 홀로서기를 하면서 심하게 시기와 질투를 하는지도 모른다. 오름의 특성이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두 개의 말굽형을 지닌 특별한 곳이다. 화산체가 생성이 된 후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침식이 되었거나 잡목들에 의하여 점령이 된 탓에 그 노출은 희미하다.

자연이 차지하는 공간이기에 아쉬운 점으로 표현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계절마다 변하는 낙엽송이나 잡목 외에 야생화가 있어서, 어렵게 찾는 이들에게 어느 정도는 여운을 떨쳐주는 오름이다. 탐방로 구성을 비롯하여 초입지 안내는 물론이고 정상에서의 전망 등에서 아쉬움을 느끼지만 그 반전의 성립은 충분하게 깔려 있다. 그것은 자연스러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질서가 없이 어지럽게 자생하는 수풀이나 잡초가 그러하고 잡목들이 가세한 넙거리 어깨를 지나는 자체도 꾸밈이 없는 길이라 느낌이 좋다. 어쩌면 조미료를 일체 거부하고 자연 그대로로 레시피가 된 곳이 바로 넙거리라 할 수가 있다.

 

 

 


-넙거리 탐방기-

궤펜이오름 진입로와 마찬가지로 5.16도로를 지나다가 표고버섯 재배지 방향으로 소로가 나있으며 이는 궤펜이를 찾아가는 과정과 마찬가지이다. 어차피 궤펜이 삼형제를 만나는 이상은 넙거리도 함께 해야 함은 두 말이 필요 없기에 마무리 과정으로 선택을 했다.

행여 지금의 5.16도로가 없다면 궤펜이나 넙거리의 기운은 아마도 한라산 능선으로 이어지면서 자연 속에서 존재의 가치를 더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드나드는 자동차의 부르릉 소리를 감싸 안아야 하는 이들로서는 실로 문명의 이기를 불만 없이 다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표고버섯 재배단지로 이어지는 곳이라 무제한 출입이 허용되지는 않는다. 조심스럽게 진입을 한 후 섯궤펜이를 시작으로 탐방을 한 후 마지막 순서로 넙거리를 오르기 시작했다. 버섯 농장 관리소가 있는 공터 옆을 초입으로 선택을 했는데 딱히 탐방로라고 하기보다는 만만한 곳으로 여겼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넙거리가 안겨주는 명칭만큼이나 산세가 험하지 않은 탓에 기슭을 따르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탐방로가 없는 곳을 따라간다는 것이 더러 엉성하게 느껴지지만 그만큼 자연스럽다는 의미도 되었다. 친환경 매트는 고사하고 그 흔한 타이어매트조차 없는 자연 탐방로를 따라 오르면서도 더러 경사가 있는 때문에 거친 숨소리도 함께 들렸다.

이미 궤펜이 삼형제를 만나고 난 후의 과정이라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행여나 관리사나 다른 이유로 진행이 멈춰질까 염려가 되어 빠르게 전진을 하였다.그러나 오르막의 한계를 느꼈기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적당한 나무에 등을 맡긴 채 심호흡을 가다듬었다.

어차피 전망이 없는 공간이어서 주변을 살피는데 노루귀가 눈길을 빼앗았다. 8부 능선이라서 시기적으로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어여쁘고 앙증맞게 피어난 모습을 보며 기꺼이 허리를 굽혔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들을 헤치고 솟아난 모습이 아름다워 머리를 숙이고 한동안 눈 맞춤을 했다.

봄을 맞은 산중의 나무들은 풋풋한 새싹을 내보이며 계절의 순리에 적응을 하는 모습으로 시선을 끌며, 길게 이어지는 경사면을 느리게 오르라고 주문을 하는 응원부대가 되어 주었다.정상부에 다다르자 비로소 나무에 끈이 매달린 모습이 보였다. 이미 바닥도 족적들이 탐방로를 만들어 놓은 상태라 탐방로 이상의 흔적이 방향을 대신 가르쳐주었다.

어차피 넙거리는 더러 바보스러울 만큼 편안하고 거칠지 않은 산세를 지니고 있는 이상 등성에 오르는 과정이나 이후에도 별 어려움이 따르지는 않았다.곧 녹음의 계절이 오면 이곳 역시 대단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낙엽송들과 잡목들이 차지한 정상부인지라 특별히 전망을 운운할 상황이 아니며 이는 넙거리의 특징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그저 파란 하늘이라도 볼 수 있는 것으로 만족을 느낄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질서가 없고 엉성하게 보이는 정상부이지만 일정한 영역을 차지한 박새들은 군락을 이룬 채 파랗게 줄기를 내밀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진행하는 방향으로도 박새의 행렬이 이어지는 때문에 행여 밟힐까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씩 옮겨갔다.사실 넙거리오름을 두고서 별다른 특징을 찾아본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그렇다고 무심코 등성을 지나면서 발 빠른 경쟁을 한다는 것은 위대한 착각이다. 걸음마다에서 느껴지고 보이는 주변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의식한다면 흐뭇한 기분도 들 것이다. 정상부의 마지막 능선을 지날 즈음에 비로소 북서쪽의 오름 군락들을 만나게 되었다. 넙거리에서 그나마 트인 전망대가 되는 셈이다.

머지않아서 푸름으로 변할 주변을 그려보는 것으로 잠시 동안의 눈 싸움을 마쳤다. 계절풍에 실린 풋풋한 숲 향기가 몸으로 스며들면서 더 머물기를 주문했지만 8부 능선의 봄바람이 쌀쌀하게 대하며 이를 방해했다.내려가는 길목에는 상산나무들이 마치 사열을 하듯 길게 이어지며 분위기를 돋우었다.

이들도 바야흐로 제 계절임을 알고서 마르지 않은 연초록색 잎을 하나둘씩 선보이고 있었다. 아직은 이들이 지닌 향을 발산하지는 않았지만 곧 특유의 상산향을 뿜어대며 우쭐댈 것이다. 넙거리 탐방은 양방향 전진 코스가 가능하다.

5.16 도로변을 중심으로 할 때 초입지에 들어서면서 오를 수도 있으며 반대로 표고농장 주변을 먼저 선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백(back)코스가 아닌 전진을 통한 탐방이기에 느낌 역시 좋을 수밖에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