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많은 제주시청 직원들의 업무처리 방식..직접 해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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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많은 제주시청 직원들의 업무처리 방식..직접 해 봐야.."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9.02.20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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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9)기자가 직접 민간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해 일해 보니..
 

서로 존중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아무도 존중받지 못한다.

내가 남을 먼저 존중할 때 나도 함께 존중받는 것이다.

환경미화원이라는 일을 하면서 존중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이런 기본도 안 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서글펐다.

만약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이 사라진다면..

음식물쓰레기를 치워주는 사람이 없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자꾸 무시하고 거들먹거리다가는 언젠가 공무원들이 직접 나서서 이같은 수준 낮은(?) 일을 해야 할 때가 곧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기자는 제주시청 생활환경과 직원들의 일처리 방식을 보면서 담당 공무원들이 직접 이 일을 먼저 해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알 것이기 때문이다.

업무를 잘 알고 있게 되면 수거차량에 대해 무조건 빨리빨리 치우라는 어거지 같은 소리는 하지 못할 것이다.

편안히 책상에 앉아서 실상을 모르니 이래라 저래라 일하는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 일상이 되고 있었다.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다 보면 통을 보지 못해 그냥 지나치거나 해서 제 때 처리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곳은 요일별로 수거지역이 다르지만 식당에서는 일찍 쓰레기통이 채워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다음 장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시청에 쓰레기를 치워달라고 민원을 제기한다.

한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거차량이 도착할 때까지 전화를 지속적으로 거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면 시청직원들은 빨리 치워가라고 업체를 다그친다.

수거차량이 여러 동네를 이동하다 보면 민원만 먼저 처리할 수는 없다.

순서대로 지역을 다 돌며 차례대로 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시청직원은 일단 기사에게 전화를 한다.

연락이 안 되면 미화원에게 전화를 해서 닦달을 한다.

일에 열중 하다보면 시청 직원의 전화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사장에게 다시 전화를 한다.

사장도 일손이 딸려 환경미화 일을 도와주다보면 전화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고 또 소리친다.

이 모두가 현장을 모르는 직원들이기에 가능한 갑질 들이었다.

현장을 모르니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를 모르는 것이다.

그저 윽박만 지르면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공무원들이 꽤 있었다.

제주시청 생활환경과의 음식물쓰레기 담당직원은 5명이라고 한다.

이 5명은 민원이 생길 때마다 일하느라 정신이 없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지속적으로 걸어 “빨리 처리해라..”,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는 한심한 소리들을 하는 것이었다.

 
   

쓰레기처리를 하는 사람끼리는 제주시청 직원들과 함께 메시지를 주고받는 단톡방이 마련돼 있다.

그곳에는 현재 생긴 민원상황을 모두 다 올려 놓는다.

수거차량은 이를 확인하며 일을 하는데도 시청 직원들은 “그쪽(민원인)으로 전화해서 언제 간다고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도 "민원처리상황을 꼭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일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돌아버릴 상태가 된다.

일하랴.. 전화받으랴..민원 항의 받으랴 ..보고하랴..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는 제주시청 직원들이 생활환경과에 배치되면 의무적으로 단 한달 아니 몇달간이라도 이들 환경미화원의 업무를 숙지할 수 있도록 함께 쓰레기차량에 직접 올라 이들과 함께 일을 해 볼 것으로 공무원들에게 권해 마지 않는다.

그러면 인생도 보일 것이고 행정도 보일 것이고 제주도의 미래도 보일 것이다.

만약 이 일이 하기 싫다면 환경미화원들에게 잔소리할 자격도 없다.

나는 이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줄곧 그런 생각을 한 일이 있다.

인구가 더 늘어난다면 쓰레기가 더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민원도 크게 증가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시청 직원들의 잔소리는 더 심해질 것이고..

그러다가 이들 환경미화원들이 “우린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겠다”고 손을 놓게 되면 어떻게 될까..하는 걱정이었다.

이런 식으로 업체와 일하는 사람들을 못살게 군다면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일이 많아지면 처리해야 할 양이 많아진다.

그렇게 되면 차도 더 필요하고 사람도 더 필요해진다.

그렇다고 예산을 더 주기도 힘들 것이다.

내가 일한 사장은 제대로 월급을 주고 일을 시키려면 매월 1천만원 정도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했다.

일을 맡았으니 해야 하고 예산은 빠듯하니 본인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일하면서도 식사는 하루에 한번 정도 식당에 가서 먹어야 할 정도로 가혹한 일..

사회에서는 빨리 와서 쓰레기를 치우라고 늘 요구받으면서도 제대로 인정은 받지 못하는 직업..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제주도라는 곳이었다.

환경미화원 업무를 하라고 하면 하지도 못할 사람들이 잔소리는 죽어라고 해대는 이런 악순환은 언제쯤 끝날 것인가..하는 한숨만 나왔다.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취직을 해서 체험한 민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일지다.

매일 새벽 4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이 일을 하는 동안 기자는 단순노동이었지만 제주도의 심각한 환경문제의 현실을 직시했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정이 현실을 모르는 저급한 도정 운영방식도 새롭게 알게 됐다.

현장을 모르고 책상머리에서만 지시를 내리는 공무원(제주시청 생활환경과)들의 실태를 보면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이 모두가 제주도정을 이끌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장에 대한 내용은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점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식으로 제주도정을 운영한다면 제주환경의 앞날은 암울하고 발전가능성도 없고 해결방안도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이다.

본지는 기자의 민간 환경미화원 경험을 토대로 이같은 제주환경 문제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원희룡 제주도정의 환골탈태하는 변혁을 촉구한다는 차원에서 연재를 계속 한다.

 

 

2019년 1월15일(화요일)

 

어제 대량으로 나오는 지역은 많이 치웠다고 생각했지만 이 날도 여전히 음식물쓰레기통은 차고 넘치는 곳이 많았다.

이날은 우리 팀에 다행히 대형트럭을 몰았던 전문 기사(김진형의 친구인 고봉만 선생)가 함께 해 일하기가 조금 빨라지고 편해졌다.

기자는 화북공단지역과 요일별 처리내용을 잘 아는 전직 직원에게 다시 부탁하여 새벽에 나와서 처리하는 순서 등 위치만 한번 더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일머리를 잘 찾게 돼서 그런지 이날은 일처리가 무척 빨랐다.

이 청년은 2시간 정도만 도와주기로 했지만.. 1시간 정도가 지나자 음식물쓰레기를 채우는 탱크가 가득 차버렸다.

어제 저녁에 수거한 쓰레기가 차에 조금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팀은 우리를 도와준 청년은 먼저 보내고  일단 매립장으로 가서 1차 버리고 와서 일을 또 진행하기로 했다.

매립장에 도착한 시간은 6시20분 정도였고 이날은 우리가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입구에 가장 먼저 1등으로 도착했다.

가장 먼저 탱크를 비우는 일인데도 그런 1등도 또한 기분이 좋았다.

남보다 한걸음 빨랐다는..

그런 일조차 남보다 더 일찍 더 먼저 몸을 움직였다는 자부심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팀은 2차로 나머지 지역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건입동지역으로 향했다.

이 모두가 하루의 일을 마무리하기 위한 시작이다.

오늘부터는 탑동식당가는 다른 팀이 맡기로 돼 있어서, 복잡한  그곳에는 가지 않아도 되기에 나머지 지역 처리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래도 민원은 여전히 생겼다.

제 때 가지 못한 곳에서는 늘 민원이 생긴다.

그렇게 민원(음식물쓰레기 수거)이 생겨 식당에 도착해 보면 통이 항상 가득 했다.

오전 민원은 오후장사를 위해, 오후 민원은 저녁장사를 위해 빨리 치워달라는 요구가 민원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음식물쓰레기 수거인력들은 다른 지역 일을 하다 말고 그곳으로 달려 갈수는 없다.

맡은 지역을 차례대로 치우며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민원처리에 대처가 늦어진다.

그러면 시민은 다시 시청으로 민원을 낸다.

그럴 때는 식당에 직접 전화해서 차례대로 가는 중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이날은 오전 9시 정도가 되자 2명의 지원팀이 우리에게 다시 생겼다.

모처럼 처리 인원에 여유가 생기자 기자는 사장에게 “나는 1주일동안 회사에 들르지 못해 회사에 한번 가봐야겠다”며 “이 시간 이후는 업무에서 빼 달라”고 부탁했다.

일주일 만에 출근한 회사..

회사에 오니 신문과 우편물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내일부터는 또 며칠간..

또 지역과 요일별 처리지역에 대해  전문가의 도움을 한번 더 받으면 처리시간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건은 늘 시간과의 싸움이다.

오전 중에는 모든 일이 끝나야 할 것이지만, 신참이 하나 자리를 잘못 차지해 앉으면 모든 사람이 함께 고생을 하는 원리와도 같다.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이 그 자리에 가야하는 것이다.

우리는 또하나의 직업인 환경미화원이라는 자리에 충실하려고 그렇게도 많이 노력했다.

 

(이 기사 계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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