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청 생활환경과 ‘환경오적’..공무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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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청 생활환경과 ‘환경오적’..공무원 맞나?"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9.02.14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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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5)기자가 직접 민간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해 일해 보니..
 

 

제주시청 생활환경과는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 중 5명이 이 업무를 담당한다고 했다.

이들 5명의 직원들이 일하는 과정이나 지시를 번갈아가며 내리는 모습을 보면 민간수탁업체의 입장에서는 마치 지옥사자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히 제주시청의 ‘환경오적’이라 불릴만 했다.

세상에서 그들보다 높은 사람이 없는 것이다.

불문곡직 하고 “왜 거기는 안 치웠느냐..”, “빨리 치우세요..”, “똑바로 하세요..” 등등 하대와 멸시가 그 말에는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음식물쓰레기를 민간위탁받아 처리하는 업체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사장에게 전화를 먼저 하고 사장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운전직에게, 운전직원도 받지 않으면 미화담당인 내게 불호령이 떨어졌다.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일하는 데 전화를 어떻게 받느냐“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우리는 그들 환경오적의 지시에 반드시 순응해야만 하는 위치에 놓여 있었다.

이들 ‘환경오적’은 환경미화원이라는 허울 뒤에 숨은 종놈처럼 부려먹을 작정을 한 것 같았다.

우리가 돈을 주었으니 우리 마음대로, 우리 입맛대로 따르라는 명이나 다름없는 짓거리가 계속 됐다.

 

설날을 며칠 앞둔 시점..

그들 ‘환경오적’은 본색을 드러냈다.

”설날도 설날 다음 날도 계속 음식물쓰레기를 치워야 한다..“

”명절을 쇄야 하는데 어떻게 일을 합니까..“

”무조건 그날 새벽에 나가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오전 6시까지 일을 마친 후 그 다음에 설을 쇄라“는 명령을 당연한 듯 내렸다.

결국 이 말로 인해 사장은 일하지 못하겠다고 선언하며 이들 환경오적과 말싸움을 하게 됐고 급기야 수탁받은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는  일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됐다.

제주시청 생활환경과의 ‘환경오적들’..

그들의 설은 중요하고 환경미화원의 설은 중요하지도 않다는 뜻일까?..

기자는 원희룡 제주도정의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이들이 진짜 공무원 맞나.." 하는 점을 지금도 의심하고 걱정한다.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취직을 해서 체험한 민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일지다.

매일 새벽 4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이 일을 하는 동안 기자는 단순노동이었지만 제주도의 심각한 환경문제의 현실을 직시했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정이 현실을 모르는 저급한 도정 운영방식도 새롭게 알게 됐다.

현장을 모르고 책상머리에서만 지시를 내리는 공무원들의 실태를 보면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이 모두가 제주도정을 이끌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장에 대한 내용은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점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식으로 제주도정을 운영한다면 제주환경의 앞날은 암울하고 발전가능성도 없고 해결방안도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이다.

본지는 기자의 민간 환경미화원 경험을 토대로 이같은 제주환경 문제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원희룡 제주도정의 환골탈태하는 변혁을 촉구한다는 차원에서 연재를 계속 한다.

 

 

 

2019년 1월11일 환경미화원 3일차 일지

 

서울 출장 관계로 기자는 이틀 만에 토요일 새벽 다시 현장으로 출근했다.

단지 이틀을 일하는 동안 힘들었던 그 시간을 생각하면 이틀을 쉴 수 있었던 것은 사실 행운 같은 일이었다.

쉬면서도 불편한 마음은 이미 그들과 함께 현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힘든 시간은 내가 있든 없든 연속될 것이기 때문이었고 하루도 한사람도 빠지면 일이 안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자리였다.

이날 우리 팀원이 모두 모인 시간은 새벽 04시30분.

이 시간이면 팀원들이 모두 출근해 환경미화원의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내가 기다렸던 그 청년은 이날 나오지 않았다.

그 청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도 받지 않았다.

나는 이 청년에 대해 아무 말도 묻지 않았다.

 
 

이날은 회사 대표가 신참인 우리를 지원하기 위해 수거차에 동승을 해서 지원에 나섰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 줄어들 리 없었다.

오전 1차 작업을 마치고 봉개매립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김밥과 오뎅 2개로 대강 끼니를 떼우는 고된 일과가 이날도 연속됐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민원발생 1건과 매립장 문 개폐 사건...

매립장으로 가면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이 2곳 있다.

한 곳은 냄새가 난다며 ”문을 꼭 닫아야 한다“는 당부가 있었다.

이날 오전 ‘제주시청 생활환경과 ’환경5적‘’은 민원이 있다며 빨리 가서 치우라는 독촉을 계속 했다.

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하던 일은 순차적으로 계속 해야 했기에 민원장소로 바로 달려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시청 직원들은 빨리 민원부터 해결하라는 독촉을 계속 했다.

할 수 없이 우리는 먼저 가서 민원을 해결한 후 다시 돌아와 2차 작업을 계속 해야 했다.

이들 환경오적은 정말 현실감각을 모르는 지시를 아무 때나 내리는 것이었다.

차례차례 해결해 가면 모두 풀리는 일인데 민원이 생기면 그것만을 문제 삼아 일을 시키기 때문에 일이 더뎌지고 마음의 고통은 계속 됐다.

 
 

또 하나의 다른 문제는 이날 1차 처리때 매립장 직원이 “문을 닫지 않았다”며 “앞으로 다시 한번 문을 연 채로 두고 나오면 음식물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엄포 섞인 얘기였다.

“아차..” 했다.

이날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느라고 문을 닫는 걸 깜빡 잊었던 것이다.

운전은 서툴고 길을 막히고..계속 음식물쓰레기통을 찾아가다 보면 사소한 일은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때가 있다.

서둘러 2차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바쁜 마음에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그 일(?)을 놓쳤던 것이다.

2차 작업이란 수거차량에 음식물쓰레기가 가득 차면 매립장으로 올라가 쓰레기를 버리고 다시 내려와 나머지 구간을 수거하는 것인데..

평균 하루에 2번..많을 때는 매립장으로 3번씩이나 올라가야 할 때가 있다.

그만큼 일이 많다는 것이다.

회사대표가 차에서 내려 직원에게 사정사정 해서 겨우 무마하고 2차 작업에 나서서 처리를 했으나 이날도 일을 모두 마친 시간은 오후 4시가 넘고 있었다.

오늘도 12시간동안 김밥 한줄로 끼니를 떼웠다.

이날은 마침 저녁 약속이 있어서 “나는 먼저 가겠다”고 했더니 “한군데만 더하고 일을 마치자”고 사장이 말했다.

일을 마치고, 시간은 부족했지만 부지런히 집으로 돌아와 순식간에 머리만 감고 밖으로 나왔다.

하루가 그냥 훌쩍 지나가버린 느낌이었다.

내일은 토요일..

토요일은 내가 올레를 걷는 날이다.

사장은 “당분간은 휴일도 없이 매일 새벽4시30분까지는 나와야 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당분간은 휴일도 없다는 얘기다.

올레고 뭐고..다 그 옛날의 추억이 되고 있었다.

 

 

 

 

(이 기사 연재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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