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밤, 문화게릴라들의 집밥콘서트..
상태바
10월의 마지막 밤, 문화게릴라들의 집밥콘서트..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8.11.01 14: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포커스)'집밥콘서트'식당 김태란 대표 매년 10월31일 저녁에 열어
▲ 매년 10월31일 열리는 10월의 마지막 밤 집밥콘서트

매년 10월의 마지막 날이면 열리는 작은 음악회가 있다.

'집밥콘서트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김태란 대표가 단골손님들을 초청, 이들의 숨은 실력을 마음껏 뽐내도록 매년 10월31일에 열리는 집밥콘서트다.

올해는 얼마전 식당을 오라동으로 새로 옮겨 상호도 바꾸고 아직 오픈을 하지도 않았지만, 김 대표는 단골손님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둘러 식당의 면모를 갖추고 개업을 겸한 집밥콘서트부터 시작한 것이다.

식당의 이름은 ‘집밥콘서트 ’라고 정했지만 아직 간판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

하지만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0월31일 저녁에는 이 조그만 식당이 만원을 이룰 정도로 성황이었다.

 

합창과 연주, 그리고 신곡 발표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였고 참석한 이 식당 단골손님들은 이 멋진 콘서트를 마음껏 즐겼다.

이들의 모임은 말 그대로 사회 저변의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는 만남과 소통의 문화게릴라들이라 불릴만 하다.

이들 단골손님들은 오직 1년에 딱 한번 10월의 마지막 날에 함께 모여 막걸리와 홍어삼합이 어우러진  안주와 함께 담소를 즐기며 선택된 단골(?)만 참여하는 집밥콘서트를 갖는다.

물론 아무나 참석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식당을 자주 찾는 단골이어야 하고, 이들의 문화에 익숙한, 적어도 이 세상에 깔려있는 삶과 세상의 정의에 대한 조그만 이해 정도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단 초청자 명단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막걸리 한잔으로도 약간은 취할 수 있어야 하며, 분위기에 맞춰 스스로 앞으로 나가 노래나 연주도 할 수 있다면 동참의 의미가 더욱 커진다.

▲ 김태란 대표

지난 10월31일 저녁 7시 오라동 집밥콘서트(대표 김태란) 식당에는 50여명의 특별한 문화게릴라들이 1년만에 다시 모였다.

지난해에도 똑같은 음악회가 있었다.

이도동 교육박물관 부근 ‘홍어의 품격’이라는 식당에서 열린 단골음악회라는 이름의 작은 음악회였다.

올해는  진짜 집밥식당을 열겠다며 새로 얻은 종합운동장 서쪽편 오라동의 조그만 '집밥콘서트' 식당에서 집밥콘서트가 열린 것.

이날 처음 집밥콘서트의 시작을 알린 연주는 모두가 함께 부르는 합창이었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주최측에서 나눠준 악보를 보며 다들 힘차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집밥콘서트'가 시작된 것이다.

▲ 합창단이 음악회의 시작을..

다음 순서는 아마추어들이 모여 만든 모드라기합창단원들이 불러준 고운 노래들.

그리고 진짜 제주의 트윈 폴리오라고 불리워도 좋은 두명의 전문 음악가(?)가 나와 훌륭한 노래를 선사했다.

다음 순서는 첼로와 아코디언 합주.

그동안 공들여 연습해 온 실력이 마음껏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아직 오픈하지도 않은 이 밥집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시작된 집밥콘서트는 순식간에  2시간여를 훌쩍 지나 웃고 즐기며 모두의 자리를 함께 빛내 주었다.

▲ 오카리나 연주
▲ 제주의 트윈 폴리오
첼로와 아코디언의 절묘한 협주

이렇듯 김태란 대표가 단골손님들을 위해 매년 10월의 마지막 날에 열고 있는 이 집밥콘서트는 올해 5번째로 작지만 의미가 큰 만남의 장이 되고 있다.

기자는 이 집의 단골손님은 아니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두 번 연달아 초대를 받았다. 물론 취재를 요청하는 초대였다.

올해가 지난해와 다른 점은 작년에 참석했을 때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으나 올해 두 번째 참석하니 아는 얼굴도 몇몇 눈에 띄었다는 점이다.

이날 발표한 음악들은 평소 연마해온(?) 첼로나 기타, 오카리나. 민요, 가요, 성악 등등으로 다양했지만 이중에는 몇몇 전문적인 음악가도 있고 대부분 숨은 실력자라는 점이 특별하다.

이날은 지난해보다도 분위기가 더 좋았다.

“이런 게 진짜 음악회지..”하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사회자의 노련하고 박학다식한 음악과 역사에 대한 짧은 설명으로 청중들의 문화적 소양과 수준을 잠시 높여주기도 했고, 잊혀졌던 감성을 자극하는 멘트로 옛 추억을 떠올리는, 이날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는 역할로 분에 넘치는 자리를 이끌었다.

▲ 분위기를 품위있게 잘 이끌어준 사회자

합창으로 시작해 색소폰 연주로 끝난 이날 집밥콘서트는 우리들의 삶에서 한 번의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 인연이 되는 것인지, 그로부터 파생되는 만남의 연쇄가 사회 전반에까지 종종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집밥콘서트의 의미를 드높이고 있다.

나는 그들을 이 시대의 창조적 문화게릴라들이라고 불리워져야 한다고 작정했다.

이날도 지난해는 보이지 않았던 여럿 새로운 게릴라들이 나타나 첫선을 보였다.

내년 이맘 때는 더 좋은 모습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라는 불후의 명곡이 10월의 마지막 밤을 수놓을 것으로 기대하며..

그때 열리는 집밥콘서트에는 또 어떤 게릴라가 나타날 것인지...

▲ 알아주는 민요가수
▲ 실력을 인정받은 제즈가수다
▲ 이날의 압권인 자작곡 '인생 뭐 있냐'를 열창하는 모습
 
 
 
두 사람이 생일을 맞아 모두 함께 축하를 나눴다
 
▲ 작은 음악회의 피날레를 장식한 색소폰 연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